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AI 버블론... 왜 또 나왔나?
샘 올트먼 오픈AI CEO "투자 과열" 인정 후 투자자 불안 가중
MIT 보고서 "AI 파일럿 프로그램 95% 수익 없어" 충격 발표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를 대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AI 버블' 발언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AI 파일럿 프로그램의 5%만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진단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보고서까지 나오며 이 같은 버블론에 불을 지폈죠.
하지만 AI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서 관련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트먼 CEO "투자 과열 단계" 인정
'AI 거품론'에 불을 붙인 것은 AI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인 올트먼 CEO였습니다. 올트먼이 15일(현지 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투자자들이 AI에 지나치게 흥분한 단계에 있다"며 "사람 셋과 아이디어 하나를 가진 일부 AI 스타트업이 상당히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18일 MIT 산하 NANDA 이니셔티브가 '생성형 AI의 격차: 2025년 기업 내 AI 현황' 보고서를 내고 기업들의 AI 사업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한 것도 AI 투자 버블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보고서는 "AI 파일럿 프로그램 가운데 5%만이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고, 나머지 95%는 아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주 급락, 나스닥 연일 하락세
이러한 영향으로 8월 넷째주 뉴욕 증시가 사흘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8월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7% 떨어진 21,172.86에 장을 마쳤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각각 0.79%, 1.97% 떨어졌고, 구글과 아마존 주가도 각각 1.14%, 1.84% 하락했습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테슬라도 각각 0.50%, 1.64% 떨어졌습니다.
AI버블론 실체 두고 해외 시장은 엇갈린 평가 내놔
파이낸셜타임스, "AI 거품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 낙관론"
파이낸셜타임스의 존 손힐 기자는 "거품 붕괴에 대비하면서도, AI의 미래 황금기를 준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빅테크의 2024-2025년 7,500억 달러 데이터센터 투자가 2029년까지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손힐 기자는 칼로타 페레즈의 연구를 인용하며 "이런 광적인 투자는 통상적으로 거품, 극적인 붕괴, 창조적 파괴를 유발하지만 결국 지속적인 가치를 실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닷컴 버블보다 심각" 경고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AI 상승세가 1990년대 인터넷 버블을 넘어설 수 있다"며 "S&P 500 상위 10개 기업이 닷컴 전성기보다 펀더멘털 대비 더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리지워터, "기술과 투자 성공은 별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는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꾸고 성공할 새로운 기술이 있다는 것과 그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건 별개"라며 오늘날의 월스트리트 사이클을 1990년대 후반 닷컴 붕괴 직전과 비교했습니다.
캐나다 CBC, "AI 거품론에도 기업 수익성은 다르다"
캐나다 CBC방송은 닷컴 버블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며 "당시와 달리 현재 AI 기업들은 수익성을 갖고 있으며, 수십억 명의 고객을 보유한 글로벌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포춘지, "AI 거품 우려 '열병 수준'"
포춘지는 "AI 거품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열병' 수준"이라며 "2000년 닷컴 붕괴와 유사한 충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2025년 상반기 벤처캐피털 투자의 50%가 AI 스타트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더 레지스터, "올트먼 스스로 거품 인정했지만 투자 계속할 것"
영국 IT 전문매체 더 레지스터는 "올트먼이 AI가 거품이라고 인정했지만, 여전히 거품을 부풀리는 펌프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AI업계 "기술 잠재력 가진 기업인지 옥석 가려질 것" 기대
그러나 시장은 AI의 성장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웨드부시증권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거품이 일부 있는 것은 맞지만 AI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됐고, 중장기적 실제 영향력은 오히려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AI 및 투자업계에선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로 오히려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는 긍정적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국내 AI업계 투자담당 임원은 "투자자들 사이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강하게 형성돼 있다"며 "버블 논쟁이 있을수록 버블의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이런 논의들이 더욱 건전한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도 "오히려 진짜 혁신 기업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픈AI 실적은 상승세, "조정 과정" 해석도
실제로 올트먼이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투자 과열'을 인정했을 뿐 오픈AI의 실적은 상승세입니다. 세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 경제전문매체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7월 매출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말 챗GPT를 출시한 오픈AI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37억 달러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한 달 매출이 지난해 매출의 4분의 1을 넘어선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오픈AI의 매출이 지난해의 3배 수준인 1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티그룹의 롭 로우는 CNBC의 '머니 무버스'에서 "당시엔 과도한 레버리지 상황과 수익이 없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탄탄한 수익과 강력한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들이 그 현금흐름으로 성장을 펀딩하고 있어 여러 면에서 다르다"며 닷컴 거품과의 차이점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