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꽂힌 신조어 '클랭커(Clanker)': 우리는 왜 AI에게 날선 욕을 날릴까?
얼마 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어떤 남자가 길가의 로봇을 보더니 "이 더러운 클랭커 치워버려!"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 보는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속에는 뭔가 씁쓸한 구석이 있었다.
클랭커라는 말은 이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 AI를 깔 때 쓰는 대표적인 욕이 됐다.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영상들이 수억 번 재생되고, 트위터에서도 매일같이 누군가 AI를 클랭커라고 부르며 투덜댄다. 심지어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루벤 갈레고까지 AI 규제 법안을 홍보하면서 이 말을 썼을 정도다.
웃기는 건, 이런 현상이 단순히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나 런던에서는 진짜로 AI 반대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팻말 들고 거리로 나와서 "AI 물러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2024년 맞나 싶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ChatGPT 만든 OpenAI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조직한 샘 키르히너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제야 이 기술이 얼마나 문제인지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는 클랭커라는 말이 퍼지는 걸 반기면서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엉망이라는 뜻이긴 하지만, 언젠가 더 똑똑해질 수도 있잖아요. 최악을 각오해야죠."
텍사스에서 마케팅 일을 하는 제이 핀커트는 ChatGPT가 이상한 답변을 내놓으면 "클랭커 짓 좀 그만해"라고 말한다고 했다. 왜냐고? "기분 나쁘게 해줘야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도구로 도구를 혼내주는 거죠."
그의 말을 들어보니 묘했다. "우리가 챗봇을 사람처럼 대하잖아요. 그러다 실수하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하죠. 인간의 본능인 것 같아요."
클랭커라는 말 자체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2000년대 '스타워즈: 클론 워즈'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제다이와 싸우는 로봇 병사들을 부르던 이름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트위터 유저들이 "로봇한테 쓸 욕이 필요하다"며 이 말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어원학자 아담 알렉식은 "사람들이 반격할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거죠. 이제 이 말이 어디든 퍼져나갔어요"라고 분석했다.
물론 논란도 있다. 문화 작가 하진 유는 틱톡에서 이런 영상을 올렸다. "AI가 무서운 건 알겠는데, 이런 식으로 욕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결국 소수자들한테 쓰던 욕을 베낀 거잖아요."
재미있는 건 일부 사람들은 AI가 나중에 똑똑해져서 복수할까 봐 이런 말 쓰는 걸 꺼린다는 점이다. 핀커트도 "가능성은 낮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라고 털어놨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클랭커 콘텐츠는 미래 상상 영상들이다. 몇십 년 후 AI 로봇이 흔해져서 이등시민 취급받는 세상을 그린다. 로봇과 인간이 결혼하고, '인간 전용' 음수대가 있고, 지금보다 더 심한 로봇 차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애틀랜타의 19살 해리슨 스튜어트는 이런 영상을 8편이나 만들었다. 클랭커가 인간 장인어른을 만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그가 이런 영상을 만든 계기는 어떤 회사에서 온 이메일 때문이었다. '완벽한 AI 여자친구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고.
"요즘 AI가 너무 인간 같아져서 기분이 이상해요. 뭔가 디스토피아 같고, 사람들도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결국 클랭커라는 말이 유행하는 건, 우리가 AI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웃기려고 하지만 어딘가 진지하고, 장난인 듯하지만 진심이 섞여 있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이 한 단어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